사례2026-04-10· 11분 분량

직원 0명, 코드만으로 월 3.7억 버는 남자 - 피터 레벨스의 디지털 노마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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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이 무너뜨린 첫 번째 인생

피터 레벨스(Pieter Levels)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그가 선택한 건 취업이 아니라 유튜브였다. 드럼 앤 베이스 음악 채널을 운영하며 매달 수천 달러를 벌었는데, 꽤 괜찮은 수입이었다. 문제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바뀌면서 수입이 하루아침에 증발했다는 것이다.

다시 네덜란드 부모님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본인 표현으로는 '우울한 시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바닥의 경험이 오히려 전환점이 됐다. 플랫폼에 의존하는 수입의 위험성을 몸으로 배운 것이다. 이후 그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이 결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피터 레벨스도 없었을 것이다. 실패가 방향을 바꿔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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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에 12개 스타트업 - 완벽함 대신 속도를 선택하다

2014년, 피터는 스스로에게 공개적인 약속을 건다. '12개월 안에 12개 스타트업을 만들겠다.' 한 달에 하나씩,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만들고 출시하는 것이다. 완벽할 필요 없었다. 중요한 건 세상에 내놓는 것, 즉 '쉽(ship)'하는 것이었다.

이 챌린지의 핵심은 단순했다. 완성도를 높이느라 6개월을 쓰는 대신, 빠르게 만들어서 시장 반응을 보는 것. 그는 못생긴 MVP(최소 기능 제품)를 24시간에서 72시간 안에 만들어 Product Hunt, Reddit, Hacker News, Twitter에 동시에 올렸다. 반응이 없으면 다음으로 넘어가고, 반응이 오면 거기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NomadList와 RemoteOK이다. 인디해커 커뮤니티에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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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4만 원으로 시작해서 월 3.7억까지

처음부터 큰돈을 번 건 아니다. 챌린지 초기, 피터의 수입은 월 500달러(약 74만 원) 수준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저렴한 도시들, 치앙마이나 호치민에서 생활비를 아끼며 버텼다. 월 500700달러(74만103만 원)면 숙소, 식사, 인터넷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곳들이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월 수입은 25만 달러 이상이다. 한화로 약 3억 7천만 원. 7개 제품에서 나오는 수입을 합산한 금액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를 받은 적도, 직원을 고용한 적도, 사무실을 임대한 적도 없다. 외주 계약자를 간헐적으로 쓴 것이 전부다.

월 74만 원에서 월 3.7억 원까지. 이 격차를 만든 건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꾸준히 제품을 만들고 개선한 10년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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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제품 포트폴리오 - 각각이 돈을 벌어다 준다

피터 레벨스의 현재 수입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놀랍다. 가장 큰 수입원은 PhotoAI(월 13.2만 달러, 약 1억 9,500만 원)다. AI로 전문적인 프로필 사진을 생성해주는 서비스인데, 본인이 프로필 사진이 필요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출시 1년 만에 연 매출 100만 달러(약 14.8억 원)를 넘겼다. 그다음이 RemoteOK(월 4.1만 달러, 약 6,000만 원)로, 원격 근무 채용 공고 사이트다. NomadList의 사용자 기반 위에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InteriorAI(월 4만 달러, 약 5,900만 원)는 AI 인테리어 디자인 도구이고, NomadList(월 2.2만 달러, 약 3,250만 원)는 2014년에 만든 디지털 노마드 도시 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지금도 꾸준히 수익을 낸다. 여기에 개인 사이트 Levelsio(월 1.6만 달러), 브라우저 비행 시뮬레이터 Fly.Pieter(월 1.5만 달러), 그리고 전자책 MAKE(월 1만 달러)까지 합치면 총 월 25만 달러가 넘는다.

주목할 점은 하나의 제품에 올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러 제품이 각각 독립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리스크를 분산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수입을 통째로 잃었던 경험이 이런 구조를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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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스택 -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월 3.7억을 버는 사람의 기술 스택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걸 상상하기 쉽다. 현실은 다르다. 피터의 기술 스택은 PHP, jQuery, 바닐라 JavaScript, MySQL이 전부다. React도, Next.js도, 쿠버네티스도 없다. 프론트엔드는 HTML과 CSS, 백엔드는 PHP와 가끔 Node.js. 데이터베이스는 MySQL이고,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구글 시트를 쓰기도 한다.

호스팅은 DigitalOcean, 결제는 Stripe, 자동화는 Bash 스크립트와 CRON 작업으로 처리한다. 현재 180개 이상의 CRON 작업이 매시간, 매일 돌아가면서 데이터를 갱신하고 목록을 업데이트한다. 사실상 이 자동화 스크립트 수백 개가 그의 '직원'인 셈이다.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도구를 고른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는 새 기능을 구현하기 전에 가짜 Stripe 결제 페이지를 먼저 만들어서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기술보다 검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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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매드 - 느리게 여행하며 깊게 일하는 방식

피터는 스스로를 '슬로매드(Slowmad)'라고 부른다. 매주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백패커 스타일의 디지털 노마드가 아니다. 한 도시에 몇 주에서 몇 달씩 머물면서 깊은 작업 리듬을 만드는 방식이다. 주로 머무는 도시는 리스본, 치앙마이, 방콕, 발리, 도쿄 등이다.

Airbnb나 월 단위 렌탈로 숙소를 잡는데, 조건은 딱 두 가지다. 안정적인 와이파이와 작업할 수 있는 책상. 그의 장비도 단출하다. 맥북 프로 하나면 충분하다. 에디터는 Sublime Text나 VS Code를 쓰고, 본인 말로는 '좋은 인터넷과 카페인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일하는 패턴도 독특하다. 발리의 코워킹 스페이스 Dojo에서 새벽 2~3시까지 코딩하는 식이다. 줌 미팅이나 정기 회의 같은 건 없다. 제품에 내장된 피드백 박스로 사용자 의견을 직접 읽고, 며칠 안에 반영한다. 트위터에는 만들고 있는 기능의 스크린샷을 실시간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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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 인 퍼블릭 -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피터 레벨스는 유료 광고를 쓰지 않는다. 그의 마케팅 전략은 '빌드 인 퍼블릭(Build in Public)'이다. 만드는 과정, 실패, 수입, 고민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다. 수익 대시보드를 공개적으로 운영했고,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개발 과정을 공유했다.

이 투명함이 자연스럽게 마케팅이 된다. 사람들이 그의 여정에 관심을 갖고, 새 제품이 나오면 알아서 공유한다. NomadList가 Reddit과 Hacker News에서 바이럴된 것도 이 맥락이다. 기존 제품의 사용자 기반 위에 새 제품을 올려서 크로스 프로모션하는 구조도 효과적이다. RemoteOK는 NomadList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된 케이스다.

광고비 0원으로 월 3.7억 원의 수입을 만드는 구조. 이건 단순한 운이 아니라, 10년간 쌓아온 신뢰와 커뮤니티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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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레벨스에게 배울 수 있는 것들

피터 레벨스의 핵심 철학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자기 문제를 먼저 풀어라. PhotoAI는 본인 프로필 사진이 필요해서, NomadList는 본인이 살 도시를 고르려고 만들었다. 둘째, 완벽하게 만들지 말고 빨리 내놓아라. 못생긴 MVP를 만들어서 반응을 보고, 반응이 오면 그때 다듬으면 된다. 셋째, 자유가 투자보다 낫다. 그의 표현으로 'Freedom is better than funding'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이 틀린 게 아니라, 타이밍이 틀린 거다(You're not wrong. The timing is wrong).' 아이디어가 안 먹힐 때 자신을 의심하기보다 시기를 의심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가장 자주 반복하는 조언은 이것이다. '코딩을 배워라. 코딩을 안 하면 앞으로 실업자가 될 수 있다.'

과격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삶 자체가 증거다. 코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아이디어를 혼자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고, 그건 곧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자유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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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이 정말 가능한 걸까

솔직히 말하면, 피터 레벨스를 그대로 따라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10년의 시행착오, 수십 개의 실패한 프로젝트, 동남아시아에서 월 74만 원으로 버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성공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작게 시작해도 된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직원이 없어도 자동화로 사업을 돌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그게 리스본이든 치앙마이든 도쿄든, 인터넷과 노트북 하나면 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회다.

피터 레벨스의 사례가 보여주는 건 결국 하나다. 스스로 만든 제품으로, 스스로 선택한 장소에서, 스스로 정한 속도로 사는 삶. 그게 2026년 현재,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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